산 안토니오 차기테 농장은 멕시코 국경을 마주한 깊은 산자락에 기다란 병풍처럼 자리해 있습니다. 해발고도 2,000미터. 거친 길을 지나 겨우 다다를 수 있는 곳이지요. 이 농장을 레오나르도 페레즈가 설립한 게 1971년, 벌써 50년 전의 일입니다. 지금은 아들 윌리엄 페레즈가 이어 받았지요.

차기테 마을에 대해 커피리브레 서필훈 대표는 한겨레 신문에 실린 기고문에서 다음과 같이 쓴 바 있습니다.

차기테 마을의 생산자들을 처음 만나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3년 전 1700미터에 위치한 바냐데로스 농장에 갔는데, 뒤로 보이는 높은 산 정상부에 커피 밭처럼 보이는 곳이 있어 온두라스 파트너, 로니한테 물어봤다. 로니는 거긴 고도가 너무 높아서 춥기 때문에 커피가 자라지 못한다고 했다. 온두라스 커피 협회에서 오랫동안 수많은 생산자들과 긴밀하게 일했던 로니 의견이니 그런가 보다 했다. 그때 바냐데로스 농장의 오틸리오가 저기 커피 밭 맞다고 했다.
“몇 미터인데?” “한 2000미터?” “진짜?” “나도 저기 가보지는 못했는데 엄청 가난한 사람들이 커피 기르는데 껍질 까는 기계(펄퍼)가 없어서 그냥 열매째로 넘긴다고 수집상에게 들었어.” “가보자!”
오프로드 수준의 드라이브 끝에 도달한 곳은 말 그대로 우뚝 솟은 산 정상 부근이었다. 산꼭대기 마을 이름은 차기테였다. 고도가 높다 보니 너무 추워서 이곳 사람들은 늘 볼과 코가 빨갛다고 한다. 눈부신 절경만큼이나 놀랐던 것은 척박하고 험준한 곳에, 농장이랄 것도 없는 자그마한 밭뙈기들이 절벽마다 빼곡히 자리 잡고 있는 광경이었다. 도대체 어쩌다 이런 곳에 커피를 심었고, 어떻게 기르고 또 수확하려 하는지 유네스코에 신고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세찬 바람과 깎아지른 경사 때문에 서 있기조차 힘든 곳에 볼 빨간 아홉명의 생산자와 그 가족들이 커피를 기르고 있었다. 로니 말에 따르면 이곳은 온두라스에서 가장 고도가 높은 커피 농장들이었다. 그들은 가난에 쫓겨 하늘에 닿을 듯한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100달러도 안 하는 펄퍼를 아홉 가구가 못 사서 매년 턱없이 낮은 헐값에 커피 열매를 팔아넘기고 옥수수를 기르며 살았다고 한다. 나는 중미 다른 곳에서도 펄퍼가 없어(심지어 빌릴 데도 없어) 커피 열매로 판매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펄퍼는 커피 열매 껍질을 까는 아주 간단한 기계 장치인데 커피 생산자가 펄퍼로 껍질을 제거한 다음 씨앗에 묻은 과육을 발효시키고 잘 씻어서 팔면 훨씬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고 누구나 다 이렇게 한다. 이곳은 세상 끝까지 내몰린 사람들의 아슬아슬한 터전이었다.

그 아슬한 터전에서 재배된 원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