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룬디 부루리. 어쩐지 시적인 측면이 있는 이름과 달리 부룬디 커피의 역사는 분쟁과 혼란으로 가득한 부룬디의 정치사와 떼놓을 수 없습니다. 아프리카 중동부에 위치한 부룬디는 탄자니아, 르완다, 콩고 등과 국경을 맞댄 나라입니다. 1920년대 벨기에가 식민통치하던 시절에 커피가 처음 도입됐습니다. 식민 정책의 일환으로 1933년 모든 농부는 의무적으로 최소 50그루의 커피 나무를 키워야 했죠.

1962년 부룬디는 독립을 쟁취합니다. 그러나 이후에도 내전과 정치적 분쟁으로 커피 재배는 번성하기 어려웠습니다. 국가의 주도 하에 이뤄지거나 버려지기 일쑤였죠. 내전을 종결한 뒤인 2003년에야 비로소 커피 산업이 조금씩 발전하기 시작했습니다. 전국 곳곳에 위치한 283개의 커피 가공시설을 중심으로 커피 소농들이 모이고 협동조합을 결성해 각기 제 갈 길을 찾아나선 거죠. 그리하여 커피는 현재 부룬디의 수출 물량 중 23%를 차지하는 품목이 되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부룬디의 커피는 천진한 구석이 있습니다. 부룬디 스머프가 그랬듯 부룬디 부루리의 버번도 몰래 장난을 준비하는 어린 아이 같은 인상을 줍니다. 첫 모금은 고소하고 진한 보통의 커피 같지만, 마시면 마실수록 과일향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혀끝을 간질이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