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겨울부터인가 군고구마와 군밤을 길거리에서 맛보기 어려워졌습니다. 추운 겨울 냄새만으로도 자연히 발걸음이 그쪽으로 향하곤 했는데 말이죠. 장갑을 낀 손으로 고구마 껍질을 까서 호호 불며 노란 속살을 맛볼 때의 즐거움은 아직도 잊히지 않습니다.

코스타리카 라 로사의 오바타 품종은 그런 옛 기억을 일깨워줍니다. 드립백을 열자마자 고소한 향이 물씬 풍기지요. 봄이나 여름, 가을이 아니라 겨울에 맛보는 커피이기에 더욱 그럴지도 모릅니다. 귤의 단맛은 커피가 식었을 때 살포시 모습을 드러내지만 그 전까지 이 커피는 고소함의 향연에 가깝습니다.

이 멋진 커피를 생산해낸 곳은 코스타리카의 나랑호 협동조합입니다. 이 협동조합은 가공방식부터 비료, 심지어 수력 발전에 이르기까지 커피의 전반 영역을 다 관리하는 조직입니다. 라 로사 커피는 이 협동조합에서 일종의 ‘어벤저스’가 생산해낸 커피입니다. 특출난 농장의 생두를 모아 가공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