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에서 재배된 스페셜티 커피엔 토착종이 참 많습니다. 버번, 카투라, 카투아이 등의 이름 대신 ‘Heirloom’이라 적혀 있죠. 자연 상태에서 수천 가지의 종이 탄생하고 사라져서 아직도 온전히 그 품종들을 확인할 수 없다는군요. ‘구르메’, ‘울리소’ 등 이름 붙은 품종들이 출시된 건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아직도 미지의 영역이 많은 거죠. 그래서일까요? 토착종이 붙은 에티오피아의 스페셜티 커피를 접할 때면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마치 다윈이 이제 막 상륙한 갈라파고스 섬에서 생전 처음 보는 동물들을 마주할 때처럼요.

이번 스페셜티 커피는 게데오 존에서 재배한 커피체리를 부투차 워싱스테이션에서 가공한 커피입니다. 부투차는 1970년 지금 운영자의 조부 알레마예후 틸라훈이 설립했습니다. “커피는 자기 삶”이며 “커피 없이는 살 수 없다”는 원칙을 지닌분이시죠. 그래서인지 부투차 워싱 스테이션이 커피를 고르는 기준도 까다롭습니다. 1945-2100미터 사이, 아주 높은 지대에서 자란 체리만 모습니다. 잘 익은 체리를 따 8시간 내에 과육을 벗기고, 벗긴 과육은 36~48시간 발효시키죠. 이를 깨끗한 물에 헹군 뒤엔 파치먼트 수분이 12%가 될 때까지 건조대에서 말립니다. 이 모든 과정을 엄격하게 지킵니다. 에티오피아 커피의 70~80%가 네추럴 가공방식으로 정제되는데, 에티오피아 부투차는 수세식으로 정제하죠.

이번 부투차의 토착종은 가을의 초입 길가에 핀 코스모스를 닮았습니다. 산들산들 미풍이 불어올 때 조용히 흔들리는 보라색 꽃처럼, 커피는 부드럽게 입안에 착 감깁니다. 산미는 커피가 식어갈 때 여운처럼 살포시 얹힐 뿐 부드러운 전체 톤을 방해하지 않습니다. 요즘처럼 산책하기 좋은 날, 돗자리와 이 커피 드립백을 들고 소풍이라도 가고 싶은 기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