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 판타날의 농장주 마리사벨 카바예로는 자신의 피에 커피가 흐른다고 농담처럼 말합니다. 그녀의 증조부가 커피 사업을 시작한 것이 1907년. 그때만 해도 원숭이와 소 수레를 이용해 커피를 날라 수출했죠. 44세에 그가 죽은 후, 그의 아들이 이 농장을 물려받았고, 또 아들의 8번째 딸이, 그리고 그 딸의 딸인 마리사벨로 이어집니다. 마리사벨의 말이 괜한 빈말은 아닙니다.

그녀는 남편 모이세스와 함께 150헥타르의 커피 농장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모이세스는 과테말라 출신으로 수출회사와 계약을 맺고 회계사로 온두라스에 일하러 왔었죠. 심심하니 커피 농장을 하나 사서 돌아갈 때 팔 계획으로 취미 삼아 커피를 재배했는데, 웬걸 커피에 푹 빠져버렸습니다. 마리사벨을 만난 뒤 그는 본업을 버리고 아예 온두라스에 눌러 앉아 커피 재배에 본격적으로 뛰어듭니다. “내가 전통이라면, 모이세스는 열정이다”고 마리사벨이 말하는 이유입니다.

카바예로 일가는 커피가 자라는 땅에 유독 신경을 많이 씁니다. 커피 체리 펄프와 소, 닭의 배설물 등을 섞어 만든 유기농 비료를 사용하죠. 오렌지, 아보카도, 바나나, 꽃 등을 농장에 같이 키워 농장의 생태계를 최대한 다채롭게 꾸미려 노력합니다.

이 땅에서 태어난 엘 탄파날 카투아이를 마시다보면 찬란한 햇볕이 내리쬐는 과수원이 떠오릅니다. 화사한 산미가 고소한 맛 위에서 통통 튀는 느낌이에요. 어쩐지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