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스페셜티 커피의 유통은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칩니다. 산지 소농장의 경우 수확한 커피체리를 중간 상인에게 팝니다. 이 중간상인은 구매한 커피를 수출업자에게 건네고 수출업자는 대형 로스팅 회사나 생두 도매업자에게 커피 생두를 넘깁니다. 이때 각 단계마다 원두를 샘플 로스팅해 커핑을 해서 구매 여부를 결정하죠. 이후 도매업자는 다시 이 생두를 중소 로스팅 회사나 소형 원두 판매업자에게 되팝니다. 이런 긴 단계를 거쳐 비로소 소비자에게 다다르는 것이죠.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거리가 먼 만큼 소비자가 원하는 맛과 생산자가 수확한 커피 체리의 맛이 다를 수 있습니다.

페루 산 이그나시오 블렌드는 이 거리를 최대한 줄여 소비자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한 스페셜티 커피입니다. 2016년 로니 게레로가 설립한 리마커피는 페루의 가장 큰 커피 수출업체 중 한 곳입니다. 평소 가능성을 눈여겨 본 소농장들의 커피가 싼 값에 커머셜 커피에 섞여 팔리는 걸 안타깝게 생각한 게레로는 협동조합을 설립합니다. 게레로는 안데스 산맥 북부의 카하마르카 지역에서 커피 소농장을 몇 알고 있었죠. 꽤나 질 좋은 커피를 생산하는 소농장을요. 게레로는 이중 몇몇을 선별해 산 이그나시오 블렌드를 세상에 내놓습니다. 이 블렌드에 참여한 농장들은 총 다섯 곳. 다섯 농장 모두 자신만의 과육 제거기와 건조대를 가지고 있으며, 기간이 긴 건조 발효와 전통적인 수세식 가공이 특징입니다.

페루 산 이그나시오 블렌드는 2018년 8월 스타벅스에서 한정판으로 판매되며 이름을 알리기도 했습니다. 달콤쌉싸름한 다크초콜릿에 이어 와인향에 가까운 산미의 여운이 또렷하게 느껴지는 원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