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미에서 제일 작은 나라, 엘 살바도르. 코스타리카나 과테말라 같은 이웃국가들처럼 1800년대에는 커피 산업이 크게 발달했던 나라입니다. 당시엔 전체 수출 품목 중 커피가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커피를 많이 재배했죠. 그러나 1929년 세계 대공황으로 커피 가격이 폭락하면서 한동안 침체기를 맞았습니다.

이 침체기는 외려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었습니다. 주변국이 생산성 극대화의 전략으로 개량 품종에 애쓰는 동안 엘 살바도르의 커피 나무는 자연 상태에서 이전 그대로 남아있었으니까요. 그덕에 재래 품종 중 하나인 버번 종이 엘 살바도르의 주요 수출 커피 품목으로 살아남았죠.

이번에 소개하는 라 프로비덴시아 농장은 파카스 가문이 소유한 농장입니다. 파카스 가문은 기억해 두셔도 좋습니다. 1859년 변호사였던 돈 호세 로사 파카스가 커피 재배를 시작해 대공황을 잘 이겨내고 5세대에 걸쳐 지금까지도 커피를 재배하는 가문이거든요. 커피 품종 중 ‘파카스’는 이 가족의 농장에서 발견돼 이들의 이름을 따서 명명됐죠. 그야말로 커피 명가입니다.

이 농장은 파카스 가문이 고르고 골라 2009년에 사들인 66헥타르 규모의 농장입니다. 이들의 오랜 경험을 감안하면 그만큼 커피 재배에 최적화된 농장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라 프로비덴시아가 생산한 레드 버번의 첫인상은 아주 밝습니다. 환한 산미가 천진난만한 아이의 웃음 같지요. 식을수록 밀크초콜릿처럼 부드러운 단맛이 배어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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