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호 협동조합은 1968년 커피를 재배하는 농가 98곳이 설립했습니다. 설립 이유는 단순했죠. 당시 경제가 침체 분위기였기에 다같이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하려는 것이었습니다. 현재는 3,000명이 넘는 소농들이 가입돼 있습니다. 이중 40%의 조합원이 여성이라는 점도 다른 곳과 차별되는 특징이지요.

이 협동조합이 50년 넘게 버텨온 저력은 계속되는 혁신에 있습니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스페셜티 커피 시장에 발맞추기 위해 전세계 그린빈 바이어들과 전략적인 협약을 맺고 있지요. 라스 로마스 데 나랑호 역시 이런 혁신을 위한 프로젝트입니다. 최상의 커피 체리만을 선별해 엄격한 통제 하에 스페셜티 커피 시장에 내놓죠.

이 프로젝트엔 또다른 목적이 있습니다. 이 협동조합에 가입된 조합원 대부분이 10헥타르 미만의 작은 커피 농장을 운영합니다. 커피재배 역시 다른 농산물처럼 대량생산이 훨씬 수지에 맞죠. 그만큼 코스타리카에서 커피를 재배해 생계를 꾸린다는 건 어려운 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나랑호 지역에서도 마찬가지. 젊은이들이 직업을 찾아 도시로 떠나거나 그 지역 부농들의 경호원으로 일하면서 커피를 재배할 인력이 점점 줄어듭니다. 이를 막고 다음 세대에 보다 희망적인 미래를 약속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바로 이 라스 로마스 데 나랑호죠.

그렇다면 이 프로젝트 하에 탄생한 원두는 과연 어떤 맛일까요? 대체로 너티 코코아 계열은 균형감이 좋은 편입니다. 앞서 소개한 브라질 알타 비스타 옐로우 버번(No. 100002)이 그랬죠. 이 원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브라질의 원두가 특유의 고소한 향미로 사람의 마음을 확 끌어당기는 반면, 코스타리카 원두는 좀더 점잖은 첫인상으로 다가옵니다. 약간의 산미가 가미된 허니 맛에 이어 진한 하이카카오 초콜릿의 맛이 뒤를 따릅니다. 톡톡 튀지는 않지만 외려 그래서 오래 두고 자주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원두입니다. 막 새로 생겨 손님이 붐비는 맛집이 아니라 가끔씩 생각나 들르곤 하는 오랜 맛집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