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원두, 처음 생두를 받아 포장을 뜯자마자 탄성을 질렀더랬습니다. 동글동글한 게 어찌나 귀여운지. 피베리 품종은 다른 품종에 비해 작습니다. 보통 커피 체리를 까보면 한 쌍의 단단한 씨앗이 서로 마주보고 있죠. 피베리는 체리 안에 단 하나의 씨앗, 생두를 가지고 있습니다. 크기도 작고 모양도 달라 한때는 푸대접을 받았죠. 결점두로 인식해 버리기까지 했습니다. 사실 일반 생두에 비해 더 단단해서 로스팅을 하기에도 까다로운 원두입니다. 그러나 잘만 로스팅하면 피베리 특유의 향과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 부룬디의 스머프 공동체에서 재배한 피베리는 재기발랄합니다. 상큼한 꽃향기가 먼저 반기고 건포도의 단맛과 쌉싸름한 카카오닙스의 맛이 이어지죠. 그러고는 후추처럼 스파이시함을 입안에 톡 쏘아놓고는 조용히 모습을 감춥니다. 홍차를 연상시키는 텍스쳐가 차분하게 이런 재기발랄함을 감싸주어서 균형감이 느껴집니다.

아이스로 즐길 땐 또다른 매력을 발산합니다. 블루베리 같은 과일향이 카카오닙스의 씁쓸함보다 더 두드러지게 다가오며 톡톡 쏘는 후추의 느낌은 탄산수처럼 느껴지니까요. 괜시리 마음이 들떠 어디 여행이라도 가고 싶은 심정을 불러옵니다.

참, 이 멋진 원두를 재배한 스머프 공동체는 부룬디에 있어요. 르완다와 함께 콩고, 우간다, 탄자니아에 둘러싸인 작은 나라 부룬디. 그 안의 또 작은 마을 카얀자에서 농부 1만5천여 명이 함께 재배하고 마을 여인 400여 명이 일일이 손으로 선별한 원두가 바로 지금 드시는 이 원두예요. 스머프 마을처럼 화목한 공동체가 되고자 스머프란 이름을 붙였다네요.

부룬디와 스머프, 그리고 피베리.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단어들의 조합이 있을까요. 부룬디 스머프 버번 피베리. 발음만 해도 괜히 기분이 좋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