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테말라의 수도에서 50km쯤 떨어진 곳에 자리한 엘 소코로 농장은 가히 커피 명가란 칭호가 어색하지 않습니다. 2007년 스페셜티 커피의 월드컵이라 불릴 만한 CoE(Cup of Excellence)에서 1위를 수상한 이후 지난 십여 년간 꾸준히 상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니까요.

엘 소코로 농장의 현 주인은 후안 디에고. 그는 커피 재배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품질과 생산과정에 과학적인 경영방식을 도입했고, 주변 생태계를 고려해 생두 가공에 사용한 물을 정화처리하여 혹여나 주변 삼림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는 세심한 배려를 보여줍니다.

버번(Bourbon)은 아라비카의 하위 품종인 원두의 이름입니다. 고등학교 시절 세계역사를 배웠다면 부르봉이란 말이 더 익숙할지도 모르겠네요. 네, 17세기 절대 왕정인 프랑스 부르봉 왕조의 그 부르봉입니다. 아프리카 예멘의 술탄에게 얻은 커피 나무를 프랑스가 당시 식민지였던 아프리카의 섬에 가져다 심었죠. 그 섬의 이름도 부르봉입니다. 18세기 이 섬 전역에 커피가 재배되며 많은 양이 수출되었어요. 이게 버번 품종의 시초입니다. 버번은 단맛과 산미가 일품이지만 병충해에 약해 생산성이 낮습니다. 그만큼 비싼 원두에 속하죠.

엘 소코로 농장이 재배한 버번은 버번이 지닌 특유의 복합적인 향미를 균형감 있게 살려냅니다. 오렌지의 신맛과 다크 초콜릿의 단맛이 만난 느낌이에요. 제주도에 놀러가면 사오는 감귤 초콜릿이 연상됩니다. 감귤의 톡, 톡 튀는 산미를 초콜릿이 부드럽게 감싸고 있달까요? 첫모금부터 끝모금까지 일관된 향미가 어쩐지 엘 소코로 농장의 주인을 닮아있는 것만 같습니다.

과테말라 엘 소코로 버번은 에티오피아 코케 허니 G1과 함께 200ml가 샘플로 선보이는 원두입니다. 에티오피아 코케 허니 G1이 ‘커피의 귀부인’이라면, 과테말라 엘 소코로 버번은 오래 한 길만 걸어온 장인의 숨겨진 장난기를 엿볼 수 있는 원두입니다.